(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이수용 기자 = 지난해 손실흡수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상생금융 지원에도 15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낸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지 관심이다.
대내외 불확실성 여전해 건전성 개선을 위한 충당금 적립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리 변동성 여부,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부담 등이 실적을 좌우할 변수로 꼽히고 있다.
◇작년 수준 유지냐 감소 불가피냐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지난해 약 15조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당초 16조 원을 웃도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생금융' 비용을 비롯해 대규모 충당금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15조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올해도 주요 금융그룹의 호실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작년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감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부터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기업과 가계의 부실 우려, 중국 경기 부진 등 대내외 리스크, 홍콩 H지수 ELS 손실부담까지 경영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실적은 전년 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경영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고금리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시장환경이 제한적인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여전히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 가계 및 기업대출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제한적인 외형 성장과 더불어 대환대출인프라 대상 확대(주담대, 전세) 등 은행간 경쟁 심화를 감안했을 때 올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낮아지는 NIM 방어…ELS 손실배상도 부담
대내외 변동성이 커지면서 리스크 요인이 다양해짐에 따라 은행권에선 올해 실적을 가를 주요 변수로 '금리·ELS손실부담·충당금' 등을 꼽았다.
특히 올해 금리 하락 전망이 강해지면서 은행권은 순이자마진(NIM)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지난 금리 인상기 NIM 상승과 함께 가계 및 기업대출도 활황을 보이면서 은행권은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였으나, 경기 둔화에 따른 대출 축소와 NIM 하방에 실적이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선 신한금융 미래전략연구소장은 지난 8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금리 인하는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금리가 하락해도 2010년대 우리가 경험한 저금리 시기보다 높은 수준인 만큼 금융권의 조달비용 부담이나 연체율은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 작년 은행 NIM은 하락 추세로 돌아섰으나, 대출 자산 증가로 인해 이자이익을 방어할 수 있었다.
국민은행의 작년 4분기 분기 기준 NIM은 1.83%로 전년 말 1.77% 대비 4bp(100bp=1%포인트) 올랐다.
반면, 신한은행의 NIM은 작년 말 1.62%로 전년 대비 5bp 꺾였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작년 말 NIM은 1.52%, 1.47%로 전년 대비 각각 22bp, 21bp씩 하락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2~3회에 걸쳐 인하될 수 있는 만큼 은행권에서도 NIM 방어를 위해 조달 포트폴리오를 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올해 초까지 고금리 정기적금 만기가 도래하면 자산 리프라이싱 효과에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영일 하나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 조달 비중을 6개월 금융채 등으로 늘리고, 핵심 저금리 예금을 늘려 NIM을 방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종민 국민은행 CFO 또한 “올해 초 고금리 상품 만기 도래로 조달 비용이 개선될 것”이라며 “자산 듀레이션도 확대해 하반기 금리 하락에도 NIM을 방어하겠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경상 실적 하락 요인 외에도 일회성 요인으로 언급되는 것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배상 문제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말까지 손실배상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만큼, 해당 금액은 올해 은행권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8조원 규모를 판매한 국민은행 외에도 2조원대 잔액이 남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그 대상이다.
홍콩 H지수가 지난 2021년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만큼,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손해 배상액 기준인 40%~80%를 적용하면 최소 수천억 원에서 수조원대의 배상금을 물어낼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 ELS 사태가 향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당국에서 손실 부담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올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만큼 이를 부담하기 위한 자본을 사전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지속된 고금리 상황과 경기둔화 건설업 리스크 등 한계차주 중심으로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된다”며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위한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 적립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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